28 그에게 들어가 이르되 은혜를 받은 자여 평안할지어다 주께서 너와 함께 하시도다 하니 29 처녀가 그 말을 듣고 놀라 이런 인사가 어찌함인가 생각하매 30 천사가 이르되 마리아여 무서워하지 말라 네가 하나님께 은혜를 입었느니라
가브리엘은 나사렛 시골 동네의 처녀인 마리아에게 이르러 “은혜를 받은 자여”라고 불렀습니다. 여기서 은혜는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그것은 마리아가 모든 일을 그의 뜻의 결정대로 일하시는 이의 계획을 따라 예정을 입어 그 안에서 택함을 얻었기 때문입니다(엡 1:11). 하나님의 은혜에는 일반 은총(Common Grace)과 특별 은총(Special Grace)이 있습니다. 일반은총은 믿는 자나 믿지 않는 자 모두에게 베푸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가리킵니다. 하나님은 선인이나 악인에게 똑같이 햇볕과 비를 내리시고 먹을 양식을 주십니다(마 5:45). 일반 은총은 하나님께서 믿음이 있는 자는 은총을 더하시고 불신자들은 은총의 분량을 덜 주시는 것이 아닌, 공평하고 똑같이 주시는 은혜입니다. 오히려 믿지 않는 자가 일반 은총의 측면에서 더 풍성한 은혜를 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는 믿음으로 살고자 하지만 세상에서 더 잘 나가는 사람을 보면 부러워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오히려 하나님을 믿는 것 때문에 박해받거나 손해를 보게 되어 우리는 손해 의식에 시달리고 신앙 생활에 회의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믿음으로 사는 자에게 상상할 수 없는 특별한 은총을 주십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만세 전부터 날 부르시고 택하시고 구원하셨다는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다만 믿음으로 죄를 용서받고 그의 인도함을 받는 은혜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또한 악한 세상에서 성령의 인도함을 받아 진리의 길로 갈 수 있게 해 주시고 하늘의 풍성한 선물을 받아 누리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때로는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지나갈 때가 있지만 주께서는 우리를 보호하시고 인도하십니다. 우리는 우리가 힘들거나 지치거나 어려움이 있을 때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는 분이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로서 그의 영원한 나라를 상속받는 상속자의 특권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의 재림과 함께 누리게 될 영원한 나라의 소망이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마리아에게 주신 은혜는 특별 은총 중에 믿는 자가 감당해야 할 사명의 은총을 말합니다. 마리아는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세상의 구주를 잉태하고 낳고 키우는 사명을 받게 된 것입니다. 그리스도는 세상 만민의 구원의 주로서 모든 사람의 소망입니다. 그녀가 주의 구원 역사에 쓰임 받는 것은 구원의 은혜와 함께 가장 영광스러운 은혜입니다. 구원과 사명은 세상에서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특별한 은혜입니다. 우리는 이 세상을 살면서 구원의 은혜를 누릴 뿐만 아니라 사명을 감당하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과 영광인지 알아야 합니다. 특히 사명은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하실 때 주신 축복입니다. 하나님은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피조물을 다스리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주셨습니다(창 1:28). 하나님은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아무런 부족함이 없는 에덴의 낙원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하나님이 주신 피조물을 다스리는 축복을 주셨습니다. 사명은 인간의 존재 이유입니다. 사람이 할 일이 있을 때 행복합니다. 직업이 없이 빈둥빈둥 노는 사람은 존재 의미가 없습니다. 사람이 인생에서 가장 비참하게 느낄 때는 내가 세상에서 필요 없는 존재라고 느낄 때입니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나를 필요로 해서 쓴다면 나의 존재 의미가 부각되는 것입니다. 하물며 사람의 생명을 구원하는 일을 한다면 얼마나 영광스럽고 나의 존재가 빛나겠습니까? 우리가 하나님의 구원 역사에 쓰임 받는다고 생각하면 가장 큰 자부심을 느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와 그 형제를 사람을 낚는 어부로 부르셨습니다. 그들은 허무와 죽음의 바다에 빠져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함으로 구원하고 그들을 예수님의 제자로 키우는 사명을 받았습니다. 이런 그들의 인생은 별과 같이 빛났습니다(단 12:3). 마리아는 만민의 구주이신 그리스도를 잉태하고 낳고 키우는 사명을 받은 것입니다. 즉 성모가 되는 영광을 받은 것입니다. 그녀가 받은 영광이 너무 커서 사람들은 마리아를 하나님이 주시는 엄청난 자비의 보화를 우리에게 분배해 주시는 중개자로 신격화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가브리엘 천사는 이런 점에서 마리아를 가리켜 “은혜를 받은 자여!”라고 부른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사명을 부담스러워합니다. 주님의 은혜는 좋아하지만, 사명은 부담스러워합니다. 사람들은 받는 것을 좋아하지만 주는 것은 힘들어합니다. 주님이 주시는 사명의 은혜는 내가 가진 것을 다른 사람에게 주는 은혜입니다. 사람이 받기만 하면 자기 중심적이 되고 자기중심적이면 그 인생은 존재 의미를 상실하고 가치가 떨어집니다. 주는 인생을 살 때 마음이 넓어지고 삶이 풍성해집니다. 반면 아무리 소유가 많고 누리는 것이 많아도 나누지 않으면 인색하고 가난한 삶이 됩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구원의 은혜를 주실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다 구원 역사에 쓰임 받는 영광스러운 사명을 주셨습니다. 우리가 이 은혜의 영광을 깨닫고 이 사명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찾는 자가 될 때 그 인생은 빛나는 인생이 됩니다.
“평안할지어다”라는 것은 헬라어로는 ‘기뻐하다, 즐거워하다’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이 말은 안녕이나 행복을 기원하는 의미로 주로 인사말에 사용됩니다. “주께서 너와 함께하시도다”라는 말도 인사말로 자주 사용됩니다. 룻기 2:4을 보면 다윗의 5대 선조가 되는 보아스가 곡식 베는 자들에게 “여호와께서 너희와 함께하시기를 원하노라”라고 인사를 하였을 때 그들도 “여호와께서 당신에게 복 주시기를 원하나이다”라고 인사를 하였습니다. 이처럼 유대인들은 하나님의 함께 하심을 기원하고 축복의 말을 함으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마리아는 천사의 인사말을 듣고 놀라 “이런 인사가 어찌함인가?”라고 생각했습니다. “놀라다”는 말은 천사의 인사를 듣고 놀라서 당혹스러워하였다는 뜻입니다. 마리아는 천사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마음이 불안해지고 혼란스러워졌습니다. 더구나 그녀는 결혼의 단꿈에 젖어 있었기 때문에 그 불안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람이 행복의 극치를 맛볼 때 마음 한편에는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이 행복이 깨지면 어떻게 하지?”라는 불길한 마음을 갖습니다. 기쁨 뒤에 오는 힘든 현실, 그 후 그것이 해결되는 과정은 영화나 소설의 주제입니다. 마리아는 1년 약혼 기간 사랑하는 요셉과의 미래를 꿈꾸었을 것입니다. 그녀는 이 기간에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고 이 행복이 영원하기를 소망했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천사의 인사를 받으니 얼마나 놀랐겠습니까!
그러나 마리아는 천사의 인사에 매우 놀랐지만 의외로 침착하였습니다. 그녀는 “이런 인사가 어찌함인가?”라고 생각했습니다. “생각하다”는 말은 헬라어 ‘디알로기조마이’(dialogizomai)로 ‘내적으로 논쟁하다, 숙고하다’는 의미입니다. 이 단어에서 대화(dialogue)라는 단어가 나왔습니다. 헬라 철학자들은 대화를 통해 교육했습니다. 질문과 답변을 통해 학생들은 철학적 원리와 개념을 이해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마리아가 “생각했다”는 것은 영적인 성격의 문제에 대해 철저한 숙고를 의미합니다. 우리도 영적인 세계에 대해 질문을 던지면서 그것이 과연 그러한가 ‘생각해야’ 합니다. 사도행전을 보면 베뢰아 사람들은 간절한 마음으로 말씀을 받고 이것이 그러한가 하여 날마다 성경을 상고하였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행 17:11). 우리의 신앙은 묻고 그 답을 듣는 과정을 통해 성장합니다. 예수님의 제자들도 예수님께서 씨 뿌리는 자의 비유로 말씀하실 때 그 뜻을 물었습니다. 이때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아는 것이 너희에게는 허락되었으나 다른 사람에게는 비유로 하나니 이는 그들로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깨닫지 못하게 하려 함이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8:10). 하나님 나라의 비밀은 이렇게 질문하고 그것이 그러한가 하고 생각하는 자에게 임합니다. 물론 그 생각이 인간적인 생각이나 부정적인 생각이라면 해가 될 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영적인 소원을 갖고 깊이 생각함으로 영적 세계로 들어오기를 원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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